자연이 빚어낸 도심권 고지대‘부기촌’
지친 삶을 한 박자 쉬어가게 하는 소박한 풍경 부기촌 야경을 보기 위해 저녁 식사를 재촉했다. 마을은 급경사의 가파른 계단식 골목길이 얽혀 있는
협소한 도로 여건으로 평상시에도 노인이나 주민 한두 명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통행이 어렵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도심 속 오지와도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지니고 있다. 마을 내 쓰러져 가는 빈집들, 주인을 잃은 우체통, 꼬불꼬불 미로 같은 계단식 골목길이 이어지고 있는 통행 여건들이
자연 구릉지로 형성된 마을이다. 예전에는 이곳은 논이었는데 그 후 엄부일이 개인의 힘으로 논을 메워 마을을 만들면서 부를 일으키는 신흥 마을이라는
뜻에서 마을 이름이 생겼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연결되어있는 골목골목을 찾아 걷는 재미 또 한 볼거리가 쏠쏠했다. 최근 들어 급격한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오래된 가옥과 부식된 담벼락 등으로 삭막했던 부기촌을 정감 있는 마을로 변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봉사활동은 멱감는 아이, 물긷는 아낙네,
연 날리는 아이들 등 벽화로 생기를 되찾았다.
나는 부기촌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가파른 골목으로 향했다. 끝도 없이 쭉 뻗은 계단 난간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에
현기증이 몰려왔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관광객들이 찾을 만한 명소가 될 수 있을 전망대이다. 오십년 중반을 살아오며 오늘처럼 더운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좁고 긴 골목 사이의 직사각형의 건물, 감나무 잎 사이로 펼쳐 보이는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이색적인 볼거리를 더해준다.
특히, 하트 속에 넣은 마을도 점 하나 찍었다. 주차장 전망대 안에서도 사람들이 모인 곳은 발아래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겨우 몇 발자국인데
아찔하다. 저마다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골목을 빠져나와 거리에 들어서자, 마치 기다린 오래된 친구처럼 곁은 주는 이들이 눈길을 끈다. 부기길 32번길 장의사 집 마음이, 강원지역본부 냥이,
담쟁이, 지붕과 도로가 한 몸인 것처럼 덮고 있는 고추, 두 자릿수 오래된 전화번호, CCTV와 함께 그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능소화, 주인 잃고 혼자서
버려진 번지 없는 우편통 등 시대를 겪었다. 현재 부기촌은 아름다운 건축과 이색적인 모습 덕에 복잡한 건물 깊숙이 자리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예전과 달리 관광객들에 발길도 일단 멈추게 한다.
내가 10년 전 만났던 원생의 집을 찾아갔다. 할머니는 고인이 되었고 고령이신 할아버지만 기와 골목을 홀로 지키고 있었다. 아이를 건네주실 때면
엄마 품인 양 안겨 웃던 이쁜 어린아이는 간 곳이 없고 주인 잃은 장난감들만 너저분하다. 손녀를 키우시던 사랑하는 노부부의 마음을 느끼기 충분했다.
아픔과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부기촌은 거주민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8.2% 이상을 차지하고 비어있는 집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마을 개선사업이 시급한 곳으로 꼽힌다.
또한 이로 인해 화재 등 각종 재난상황 발생 시 초기 대응이 어려운 취약지역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우러짐이 선입견 없이 누군가를 받아들인 것이
또 언제였는지 자연이 허락한 만큼 오만하지 않게 살아야 한다.부기촌의 마을을 둘러봤다. 그 속에서의 삶을 목격했으며 서로 금세 곁을 내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2021.7.28. 강릉시도시재생지원센터 홍보단 민경녀